[이정훈교수칼럼-페이스북] 이정훈 교수의 시사평론 2. (2020.03.17)

사무국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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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와 소모는 다르다 (CPAC 논평은 다음 편으로-)

청년이 소모품으로 소모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내가 존경했던 좌파의 선생님들은 나를 지도해 주셨고, 말그대로 나의 "선생님"이 되어 주셨다.

우파가 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특히 젊은이를 소비하는 것도 아니요- 그냥 소모시킨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크리스천들이 사람을 소모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광화문 집회가 열리면 전광훈 목사 옆에서 열심히 통역하던 N씨를 우연히 만난 것은 3년전으로 기억한다.
그는 총명했고, 전도유망한 인재였다.
몇 분 원로급 지도자들과 함께 한 자리였교, 물론 전목사도 동석했었다.
(그 집회에 통역이 왜 필요한지도 필자의 소견으로는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좌파들이 블랙 코미디로 희화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처음 만날 때부터 N씨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당시 본격적으로 소위 우파의 지도자들과 교류하면서 절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가 소모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N씨 개인에게도 책임은 있다. 선택은 자기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청년들은 위험상태다. 대중이 환호하는 것을 단상에서 경험하면 더 쉽게 병들 수 있다. 나이만 젊으면 개혁적일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시민운동의 장에서도, 정치의 장에서도 "완장"을 찰 때 젊을수록 원로들보다 더 한 짓을 쉽게 할 수 있다.

원로는 경륜으로 몇 가지 상황이라도 고려하지만 핏덩이에게는 고려의 기준도 상황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 대중의 박수와 환호가 이 핏덩이를 잘못된 길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멘토와 선생이 필요하다.

홍위병과 홍위병을 소모한 마오쩌뚱은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전목사측에서 미래한국당에 지원했다는 이유로 N씨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교회에 출입금지를 시켰다고 한다.
자유통일당이 영입인재라고 했던 기독교 대학의 총학생회장 출신 청년도 결국 들러리 소모품이 되고 말 것임이 분명하다.

N씨가 "자유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정치에 투신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유통일당에 입당하는 것을 보고 황당했었다(곧 탈당했다).
그 당을 구성하는 분들이 N씨가 공부한 "자유"가 무엇인지, 자유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는 무엇인지 이해라도 하고 있었을까? 전체주의적 태도와 발언으로 일관하는 곳에서 "자유"를 실현한다니 말이 되는가?

거친 언어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한다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급조된 자유통일당이 우리공화당과 합당할 때 '자통당'의 주요 당직자도 합당사실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하는데 이런 집단이 공적 정당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

거대정당의 한심함에 분노해 새정치를 한다고 창당을 하면 안철수 꼴이 되고 만다. 이러한 근본적인 정치토양을 바꾸지 않으면 누가 신당을 해도 양아치 집합소가 되고 만다.

거대 야당이 이념적으로 제 기능을 못해서 창당한다고 주장하고 "주사파 타령"으로 대중을 선동하지만, 이들은 지분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거대당의 경쟁에서 낙오했기 때문에 선동하고 명분을 찾을 뿐이다.

필자가 창당을 주도했을 때는 보수통합을 위한 "전략적 창당"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이다.
거대당이 "차악"이라면 이런 집단은 "최악"이 되는 구조인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공천을 하거나 어리기 때문에 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황당한 착각이다.

한국은 아직 정상적인 정당정치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중우정치의 무대에서 특정 인물을 숭배하고 의존하지 않으면, 힘의 공백을 노린 양아치들의 군웅할거 시대가 되어 버린다.
시민운동을 통해 정상적인 정당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필자는 과거 선생님들이 지식인으로서 현실정치에 어떻게 참여하는지 지근 거리에서 배울 수 있었다. 중요한 법들이 입법되는 과정도 지켜보았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체계화 되는지 그 과정도 지켜보았다.

광장에 모여서 소리치는 것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많다.

N씨같은 젊은이들이 판을 읽고 훈련받을 수 있는 "장"이 만들어 져야 한다. 시민운동과 정당이 결합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러가지 정치적 테크닉을 배울 훈련과 성장의 과정이 필요하다. 정당은 이런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거대 야당도 청년들을 이용하고 소모할 뿐이다.

이념때문에 헌신하는 좌파보다 못한 것이 이 바닥에서 대부분의 행위 주체들이 "오직 자기 이름과 욕망을 위하여" 뛰기 때문이다. 자칭 신앙인이 사회주의자보다 더 양아치인 현실의 결과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소모된다. 본질적으로는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있다. 소모가 아니라 "소비"를 하면 된다.

미국 보수주의의 수호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윌리엄 버클리 2세 같은 인물이 등장하고 민주당에서 보수로 전향한 "진 커크패트릭"이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이 생산하는 "담론"을 소비하는 보수대중이 "집단-지성화"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피와 땀으로 생산한 "PLI 콘텐츠"도 심지어 대중적 확산을 위해 재정을 쏟아붓고 젊은 엔지니어들이 초과근무의 열정을 쏟아 제작한 "PLI 애니메이션" 조차도
그나마 허접한 다른 컨텐츠보다는 괄목할만한 파급효과를 가졌지만 그 소비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소비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필자도 이미 의욕상실 직전에 있다.

우파에서 소비는 "음모론"에 집중된다. 다시 말해, 우파 젊은이들이 건강하게 훈련받을 곳도, 담론에 뛰어들 가능성도 희박하다. 음모론 생태계에서 또 다른 "젊은 똘아이"가 되거나 "정치 양아치"의 길을 택해서 생존을 도모하게 된다.

유트브 생태계 외에 정상적으로 미국처럼 보수주의 시민운동과 보수당의 관계를 몸으로 익히고, 정책의 구상과 실현, 법안의 입법과정 등을 현장에서 바닥부터 체험할 기회가 전무하다.

유튜브 생태계조차도 미국의 "프레거 U"처럼 보수주의 이념을 탁월하게 알리고,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제대로 가르치는 컨텐츠가 소비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내용이 쌍욕으로 찰지거나 음모론의 정도가 구속되는 것을 피할 정도면 좋다거나 하는 저급한 수준이 되고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파의 지식대중-집단지성의 출현을 갈망해야 하고, 행동으로 나서서 이를 형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황당한 거대야당은 황당한 유권자에 의해 만들어 진다.

- 예정했던 CPAC과 ACU 평론은 할 얘기가 너무 많고 거론할 미국인사들이 너무 많아서 3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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