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교수칼럼-조선일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된다 (2020.02.11)

사무국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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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된다

[이정훈 울산대 법학과 교수]


미국 자유주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저서 '법의 제국'에서 "나치는 법을 가지고 있었는가"라며 법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형식논리로만 볼 때 의회의 다수를 점한 세력이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고, 그 법에 의한 지배를 법치라고 한다면 독일 의회의 압도적 다수였던 나치의 공안통치도 법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학자 누구도 나치 시대의 통치를 법치라고 믿지 않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자연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근현대적 의미에서 자유민주공화국의 진정한 '법치(rule of law)'는 헌법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 일시적으로 의회 다수파가 된 세력이 만드는 법은 반드시 헌법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시각을 갖고 한국의 현실을 평가한다면 과연 한국은 법치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헌법의 지배라는 뜻에서 법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입헌주의다. 의회에서 만든 법률은 헌법의 가치와 기본 원리에 근거해야 하고, 그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다. 헌법은 모든 법의 상위법이자 근본법이다. 이렇게 만든 법만이 정당성을 갖고, 그 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현 문재인 정권의 등장으로 이런 법치의 기본이 깨지고 파괴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다. 헌법 제12조 제3항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 권한을 행사하는 검찰의 최고 책임자다. 법률 기관인 공수처가 헌법 기관인 검찰총장의 권한에서 벗어나 자의적으로 수사·기소를 행한다면 이는 명백한 위헌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둘째, 권력자나 권력 집단의 자의적 지배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공화주의'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도 대통령제와 함께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을 명시했다. 문제는 입법과 행정을 장악한 현 집권 세력이 사법 영역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이념을 가진 사조직 출신을 대법원과 주요 법원의 핵심 요직에 앉히고, 사법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대통령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공화정 이념으로 볼 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적지 않은 국민이 현재 대한민국 법 적용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근대적 공화제가 지탱되는 원동력은 프랑스 인권선언과 미국 독립선언서가 천명한 '법 앞의 평등'이다. 사법부 독립과 법의 중립성은 동일한 법과 법리가 적용 대상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있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이념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법의 비뚤어진 모습이다. 조국 일가의 수많은 비리와 불법, 탈법 행위를 다루는 현 집권 세력의 법 잣대는 비판 여지를 넘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 사건,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의 조직적 방해 등은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다. 경찰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어찌 법 적용·집행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민주공화제를 명시한 것은 1919년 4월 11일 선포한 '대한민국 임시 헌장'이었다. 이어 1948년 대한민국 건국 헌법으로 자유민주공화국이 출범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법치가 이렇게 파괴돼선 안 된다.


출처 :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0/20200210037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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