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본질(5) – 보수의 최대 약점, 커뮤니케이션 (2019.01.05) [PLI칼럼]

사무국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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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그리고 조직과 커뮤니케이션 (2)


  • 커뮤니케이션
  • 보수의 최대 약점, 커뮤니케이션

보수 자유 우파의 최대 약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능력’을 첫 손에 꼽는다.  보수 자유 우파의 가장 큰 약점은 그 이념, 원칙과 가치가 좌파에 비해 열등하거나 틀렸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인류 문명과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더 발전적 기여를 해온 것이 지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역사적으로 분명하게 입증 되어왔다. 특히 좌파 이념으로 완전히 무장한, 타협 없이 일관되게 좌파 정책을 펼치고 있는 문재인 좌파 정권의 참혹한 정책 실패들은 이것에 대해 말이나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산 경험이 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패망, 그리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과 그리스 등의 실패 사례를 보고서도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던 한국인들은, 좌편향 문재인 좌파 정권의 헛발질을 보면서 이제서야 보수 자유 우파의 이념과 원칙, 가치에 대해 조금씩 눈 뜨고 있다. 이제야 진정한 한국인들의 개화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보수 자유 우파의 이념, 원칙과 가치는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 사람들에 맞게 수정해서 적용되어야 할 뿐이지 결코 적폐로 몰면서 폐기해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이분법적인(예를 들어 가진 자와 아닌 자) 계급과 투쟁의 관점으로 보는 좌파의 이념, 마르크스 레닌주의적 이념이 문명과 시대에 역행적이고 퇴행적이며, 인류와 역사에 해악적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보수 자유 우파의 이념, 원칙과 가치에 대해 전해서 사람을 설득하고 확신시키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 자유 진영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을 ‘소통’이 아니라 ‘논쟁’이라고, ‘말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을 ‘록키’나 ‘글래디에이터’, ‘투사(전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반드시 이기고 짓밟고 정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온갖 도발과 비아냥으로, 조롱과 모욕으로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고, 논리적으로 상대를 꺾기 위해 상대와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 받는 게 아주 일반적인 것이 됐다. 어떻게든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TV토론회 등에서도 이런 모습을 아주 질리도록 보게 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은 지금의 대화를 위한 접점이 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고(공통분모가 전혀 없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또 상대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바로 나의 편, 나의 지지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설득시키고 변화시켜 나의 지지자가 되게 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중요하지만,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승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40년 만에 공화당이 미국 하원 선거에서 승리하도록 이끌었던 뉴트 깅리치 공화당 전 하원의장은 리더십의 네 가지 핵심으로 ‘경청하기(Listen)’, ‘배우기(Learn)’, ‘돕기(Help)’, ‘리드하기(Lead)’를 꼽았다. 리드하기 전에, 리더가 되기 전에 먼저 세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경청하기와 배우기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먼저는 말하려고 하기 보다 듣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커뮤니케이션은 논쟁에서 상대를 굴복시키고, 논쟁에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상대를 돕고 리드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를 설득해 내 메시지의, 내 가치와 원칙의 지지자, 나의 지지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과 관점이 나를 향해 돌아서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나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결국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많은 지지자들, 많은 후원자들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단 한 번에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를 알기 위해, 상대를 돕기 위해, 상대를 나의 팔로어가 되게 하기 위해 먼저 오랜 시간을 들여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배워야 한다. 그래서 상대와 ‘접점’, ‘공통점’을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그 접점을, 공통점을 ‘넓혀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가 자신과 공통점이 아주 많아지는, 즉 나와 이념, 가치, 원칙이 같아지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 순간이 바로 상대가 나의 지지자, 후원자가 되는 지점이다. 또 하나의 제자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묘미고 절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교육받은 지성의 표식은 한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즐겁게 놀아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진정한 교육받은 지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들으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말을 하는데만, 자신의 주장을 내놓는데만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논쟁의 승자라는 말을 듣는 데만, 챔피언이라고, 승자라고 손이 번쩍 들리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커뮤니케이션이, 소통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저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쏟아낼 뿐이다. 혹자는 토론할 때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자신이 말실수는 하지 않았나, 틀린 말은 하지 않았나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말하는 동안, 상대는 그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이 다음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소통에서 실패하게 된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먼저는 경청하고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보수주의자들은 경청하고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말하려고 하고, 자신이 맞고 옳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상대를 가르치려고, 상대를 이기려고 할 때가 많다. 이것은 보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문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물론 그렇게 커뮤니케이션할 때, 자신이 원하는대로 상대방에 대해 자신의 우위를, 자신의 옳음을 과시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상대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를 결코 내 편으로, 내 지지자로 만들 수는 없다. 논쟁에서 지는 것보다 사람을 잃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의 최대 실패다. 좌파가 토론에서, 논쟁에서 보수 자유 우파에게 명백하게 지고서도 오히려 선거에서 적지 않게 이기는 이유가 바로 커뮤니케이션과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성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논쟁에서도 이기고 커뮤니케이션도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궁극적으로 내 말, 내 논리, 내 주장이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사람에게, 인간에게 관심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미국에서, 특히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People won't care how much you know until they know how much you care”라는 말이 있다.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무관심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다가, 심지어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상대와 대화하고 설득하려 한다면, 그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당신이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그들은 당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당신이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면, 그도 당신을 투명인간으로 여길 것이고, 당신이 상대를 적, 원수로 취급하면, 그도 당신을 적으로, 원수로 여길 것이다. 그 상태에서는 당신이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그 지식이 커뮤니케이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은 진정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경청과 배움이 당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그 다음에 상대를 도와주면서 결국에는 그를 나의 지지자로 만들어 그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가야 한다.

아울러 관심, 경청, 배움 이 외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을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즉, 보수 자유 우파의 이념, 가치, 원칙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그래서 사람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비극적인 현실은 스스로 보수 자유 우파라 하는 이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완전히 실패해 ‘불통’, ‘꼴통’, ‘수구’, ‘극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에 대해 언론이 좌파들에 의해 장악 당해 어쩔 수 없다는 항변도 할 수 있지만, 그리고 1964년 대선 당시 골드워터도 최대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길을, 대안을 찾아내야지, 그저 원망 불평만 한다고 해서 변화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골드워터와 마찬가지로 언론이 좌파에 점령당한 불리한 여건 가운데서도 ‘위대한 소통가’라는 인정을 받았던 레이건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기를 원하는 보수 자유 우파들에게는 가장 좋은 모델이 된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 속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 등을 비롯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언론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 말로 잘 설득해서 얼마든지 내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신세한탄만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소통의 길을 찾아내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 우리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계속)


- 노승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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